2004. 02.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부임 연구 계획서


교육 및 연구 계획서



金     炫


  본인은 대학 및 대학원 과정을 통해 수학한 인문과학의 제성과를 현대 기술의 총아인 컴퓨터 응용 기술에 접목하여 우리 사회의 고귀한 정신문화가 현대 사회의 기술 정보 문화 속에서 올바른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의 학문 목표를 가지고 인문과학 및 정보 시스템 관련 기술을 연구하여 왔습니다.  조선왕조실록 데이터베이스를 비롯한 인문 정보 디지털 자원의 개발, 고급 지식 정보의 전자적인 생산과 유통을 지원하는 지식 관리 시스템의 개발 등 본인이 종사해 온 다종의 연구 개발 사업은 그와 같은 저의 학문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은, 전통문화의 창조적인 계승을 표방하며 우리 고유의 지식 자원을 정보 기술 환경 속에서 현대화․세계화하는 제반 연구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본인이 추구해 온 학문 목표를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갖춘 기관이라고 판단하여 금번 귀 기관의 교수 초빙에 응하게 되었으며, 향후 기관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교육 및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1. 인문정보학 전공 과정 개설 및 인문 분야 정보 전문가 육성

         

  오늘날 정보과학(information science)은 특정 분야의 분과 과학(domain science)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사이버 공간”이라고 불리는 전자적 환경 속에서 서로 교류하고 융합할 수 있도록 하는 학제적 의사소통의 길을 제공하는 것을 주요한 임무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보과학 분야의 제반 지식과 기술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목표와 의미를 갖기보다는 그것과 결합하는 응용분야의 지식들을 더욱 창조적이고 유용성 있게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보과학의 기술적 성과를 충실히 수용함으로써 지식의 생산과 유통의 성과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모든 분야의 전통 학문 영역에서 경쟁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이 점은 철학, 문학, 역사학과 같은 인문 분야의 학문도 예외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한국학 연구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역시 최근 수년간 인문 지식 자원이 디지털 환경에서 소통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에 막대한 인력과 재원을 투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구원이 생산해 온 한국학 분야의 고급 지식 자원이 원외의 전문 연구자는 물론 일반 국민 대중에게까지 널리 확산되는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문 지식의 정보화가 목표로 하는 것은 단순히 그것의 유통 매체를 종이에서 정보통신 네트워크로 대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며, 인문 지식이 전자 정보 환경에서 보다 광범위하게 타 분야의 지식 및 생산 기술과 결합하여 인문 과학이 추구하는 학문적 가치와 목표가 미래 정보 기술 사회의 중심 원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 지식의 정보화 사업이 현재와 같은 자료 전산화의 수준을 넘어서서 인문 지식의 지능적인 생산․유통의 단계로까지 발전해 가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인문 지식의 정보화에 관계된 연구․개발 사업은 그것의 바람직한 목표 수준에 비추어 볼 때, 효율과 성과 면에서 아직 미흡한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그 주된 이유는 인문 지식과 정보 기술을 아우르는 고급 지식 정보 전문가의 부재입니다.

  생물정보학이나 의료정보학, 경영정보학 등 학제적 연구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성공적인 복합과학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문과학 역시 분과 과학과 정보 기술 양 분야 대해 정통한 이해를 가지고 그것의 밀결합(密結合)을 이루어내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 미래의 전자적인 생활 공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본인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보기술연구기관에서 지식 정보 관리 연구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이와 동시에 한국철학을 전공한  인문 분야의 전문 연구자로서 우리의 고유한 학술과 문화가 정보 기술을 매개로 현대 사회의 지식 기반을 형성할 수 있는 방안을 계발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또한 이 분야에 있어서의 본인의 연구 활동은 단순히 이론 면에서의 추구에만 머물지 않았으며, 현실적으로 활용되어 지식의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는 정보 시스템의 개발에 있어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는 성과물들을 산출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지금까지 쌓아 온 인문지식과 정보기술의 학제적 연구․개발 능력과 경험이 후학 및 동료 연구자에게 공유되지 못하고 개인의 고유한 역량에만 머물고 만다면 그것은 더 이상의 발전적인 성과를 낳기 어려울 것입니다. 본인이 인문 지식에 뿌리를 둔 고급 지식 정보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적극적인 관심을 두는 이유는 바로 이 점에 있습니다. 

  “지식정보화”의 과업은 개별 분과 학문의 다양한 전문 지식을 배경으로 하면서 정보 기술에 관한 공동의 이해 기반을 형성한 다수의 연구자들이 긴밀한 의사소통과 공동 작업을 수행함으로써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은 한국학의 종합 연구 센터로서 민족문화 연구의 전 분야에 걸쳐 우수한 연구 인력들을 배출해 왔습니다. 이미 국내 최고 수준으로 확립된 인문 지식 교육․연구 인프라 상에서 학제적 연구․개발 활동에 관한 본인의 고유한 지식과 경험이 더해질 경우, 미래의 지식 정보 사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인문 지식 정보 전문가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며, 이들은 정신문화연구원이 계발해 온 한국학의 지식 자원을 정보 기술 환경 속에서 현대화하고 세계화하는 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인은 “인문정보학”을 “문화와 기술을 아우르는 현대 사회의 복합적 지식 수요에 부응하는 지식 정보의 계발을 목적으로, 문학, 역사, 철학 등 전통적인 인문과학 분야의 지식과 정보 통신 기술 사이의 학제적 소통 및 응용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 전공 과정의 운영 목표를 “정보 기술을 매개로 전통적인 학술․문화 자원을 현대적인 지식 정보 자원으로 편찬․가공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여 전통 문화의 현대화, 국제화에 기여할 지식 정보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 목표의 완수를 위해 본인 자신은 첨단 정보 기술의 인문학적 변용을 위한 연구에 지속적으로 매진하여 이 분야의 세계적인 모델을 계발하고 이를 통해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인문 지식의 전자적 연구개발과 정보 유통의 국제적인 중심 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한국학과 정보기술의 학제적 연구로서 본인이 일차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는 우리나라의 고문헌에 담긴 지식 소재들을 정보 시스템 상에서 지능적으로 발굴하고 분석하며, 그 결과를 이종(異種)의 정보 시스템에 명시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 고전 문헌 정보 시멘틱 웹(Semantic Web)” 기술의 개발로서, 이를 위해 고전 문헌의 다양한 지식 소재들을 유형화시킬 수 있는 표준적인 메타 데이터(Meta Data) 스키마 및 원문 정보 마크업(Mark-Up) 기술 개발 연구, 상이한 문헌의 메타 데이터를 상호 연계 할 수 있도록 메타 데이터 관련 정보의 공유 기반을 제공하는 메타 데이터 레지스트리(Mata Data Registry) 개발 연구,  고전 문헌에 대한 2차적인 연구 성과물이 그 저작 단계에서부터 전자화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기반 정보 편찬 시스템의 개발 연구 등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본인의 인문정보학 연구 및 교육 활동은 모두 한국학의 제분야에서 정통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문계 연구자 및 정보과학의 첨단 영역을 개척해 가고 있는 정보과학 연구자들 사이의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수행할 것이며,  이를 통해 지금까지 상호 교섭이 전무하다시피했던 양 분야 전문 연구자들이 서로에게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고 과제를 분담하는 학제적 협업의 계기를 마련할 것입니다.  인문학의 발전을 위해 정보 기술의 도입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정보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도 인문학의 기여가 필수적입니다.  자연어 처리, 자동 번역, 음성 언어 처리, 전문가 시스템의 개발 등 컴퓨터에 지적 능력을 부가하는 고급 정보 기술들은 모두 인문 분야의 지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은 한국학과 정보과학의 양 분야에서 균형적으로 활동해 온 경험과 조예, 그리고 양 분야 핵심 연구자들과의 인적 교류 기반을  바탕으로 본인뿐 아니라 보다 많은 분과 학문 연구자들이 학제적 연구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하여 학제적 연구 개발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매개자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2. 향토문화전자대전 편찬 사업 수행


  본인은 정신문화연구원에서 기획하고 있는 “향토문화전자대전 편찬 사업”이 민족 문화의 우수한 유산들을 미래의 정보 사회에 계승시키기 위한 중요한 과업이며 본인이 관심을 두고 있는 인문정보학의 실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최적의 응용처라고 판단하여 본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한 기초 기술 개발 연구에서부터 사업 관리에 이르는 제반 업무에 본인의 역량을 집중시키고자 합니다. 

  “지방사적(地方史的) 시각의 한국 문화 정리 작업”의 필요성의 의해 기획된 본 사업은 232개 시군구별로 해당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기반으로 한 향토사 편찬 사업을 디지털 콘텐트 개발 사업 형태로 추진하되, 지역별 정보 콘텐트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제공하는 편찬 지침 및 전자적 편찬 시스템에 의해 구축되도록 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방 문화 정보 포탈”이 개발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향토문화전자대전 편찬 사업은 기존의 다른 문화 콘텐트 제작 사업과 달리 저작 단계에서부터 전자적인 편찬(e-compilation) 환경에 의존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본 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는  문화․역사 분야의 지식 자원을 전자적인 환경에서 생산․유통하는 방법에 대한 철저한 사전 연구가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본 사업의 체제에 적합한 새로운 응용 기술의 개발, 그리고 개발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보다 개선된 체제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인력의 양성도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그러나 본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요건은 원내외 참여 인력의 효율적인 운영,  중앙 정부 또는 지자체의 지원으로 생산된 역사․문화 관련 기구축 On-Line, Off-Line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계 활용할 수 있도록 기관간․조직간 협력 체제를 마련하는 일, 대상 사업 지역인 232개 시군구 지자체와의 원활한 협업 관계 유지, 주관 부처의 지속적인 지원 유도  등에 필요한 사업 관리 능력입니다. 

  본인은 현재까지 배양해 왔고 또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갈 인문정보 분야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본 사업의 수행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며, 아울러 지난 19년간 정보 분야의 전문 기관에서 연구책임자의 역할을 통해 쌓아 온 대형 프로젝트 사업 관리 경험이 본 편찬 사업에서도 유용하게 쓰여 소기의 성공적인 사업 성과를 이룩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